이번 학기 강의가 5개였다.
대학원 2개 (1개 자료 O, 1개 자료 X)
학부 3개 (2개 자료 O, 1개 자료 X)
강의 3개나 이미 자료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강의 자료 난이도가 낮지 않아 만드는 것이 너무 오래 걸렸고, 설상가상으로 이미 자료가 있어 준비가 거의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목들도 과거보다 진도를 빠르게 나가는 바람에 학기 막바지에는 새로 만들어야 하는 슬라이드가 대량 발생했다.
즉, 마지막 한 달은 거의 4과목에 대해 새로운 강의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스케쥴이 되어 버린 것이다.
첫 보름 정도는 괜찮았다.
그런데 매일 저녁에 쓰러지고 다시 새벽 1시쯤 일어나서 아침 9시까지 수업 자료 만들고 시간에 쫓기 듯 뛰어서 출근하는 것이 두 달 가까이 반복되다 보니 정신적으로 이상해져 버렸다.
예민해지고, 화가 많아지고,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렇게 힘든 두 달은 살면서 처음 겪는 것 같다.
사실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 필요는 없었다.
- 학부만 3개를 했어도 됐었고
- 대학원을 굳이 하고자 했다면 1개만 개설해도 됐었고
- 이미 자료가 있던 과목들에 대해서는 과거에 진행한 범위까지만 했어도 됐었고
- 모든 강의에 대해 더 적은 분량, 더 적은 과제 출제, 더 쉬운 시험 출제를 했어도 됐었고
내가 날 잘 아는데,
처음에 설렁 설렁 하자고 마음 먹어도 마지막에는 잘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에 스트레스를 받을 나의 모습을 이미 그릴 수 있었는데,
오늘은 맥북에 스프라이트를 쏟았다.
스프라이트 제로라 끈적이는 부분은 다행히 덜했다.
그런데 또 순간 이성의 끈이 끊어지면서 엄청난 화를 표출했다.
나의 이런 모습이 너무 싫고, 불쌍하다.
특히 제일 싫은 건 운동을 두 달 가까이 할 수가 없었던 게 너무 싫었다.
건강이 무너지고 내가 너무 못나 보이는데 도저히 뭐같은 스케쥴 때문에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번 겨울 방학은 직장과 철저히 벽을 쌓고 혼자 마음을 치료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제발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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